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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익 경제칼럼] 리디노미네이션을 찬성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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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ETF Trender 댓글 0건 작성일 19-05-13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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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디노미네이션을 찬성하는 이유

 

김영익 (경제칼럼니스트,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


메이크잇 고문, 서강대 김영익 교수 프로필 01-2.png

 

 

 

최근 리디노미네이션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나는 찬성하는 쪽인데, 그 근거는 다음과 같다.

 

 

우선 우리 경제 규모가 크게 확대되었다. 2018년 국내총생산(GDP)이 1782조 2689억원으로 2차 리디노미네이션을 했던 1962년(3658억원)보다 4872배나 증가했다. 또한 한국은행의 자금순환계정에 따르면 우리나라 총금융자산이 2010년부터 1경(10,000,000,000,000,000)원을 넘어섰고, 2018년에는 1경 7148조원에 이르렀다. 커피점에서 5000원짜리 커피 한잔을 5.0으로 표현하는 이유이다. 

 

둘째, 한국의 수출이 세계 6위(2017년 기준)로 대외 규모도 커졌는데, 1달러 당 1100원대의 환율은 너무 높다. 한국보다 경제규모가 작은 대만 통화는 2019년 4월 말 현재 미 달러당 30.9 대만달러, 싱가포르 1.36 싱가포르 달러, 말레이시아 4.13 링깃 등으로 단위가 낮다. 중국 위안도 달러당 6.73위안 정도이다. 세계 경제에서 한국의 위상이 격상된 만큼 환율 표시단위도 같이 조정돼야 한다.  

 

셋째, 리디노미네이션을 통해 내수를 부양할 수 있다. 높은 가계 부채로 소비가 부진한 상태에서 기업의 투자도 위축되고 있다. 여기다가 GDP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수출도 세계경제 성장 둔화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화폐 단위가 변경되면 은행은 현금지급기는 물론 금융거래 관련 각종 소프트웨어를 대체해야 한다. 기업도 생산된 제품의 가격표를 바꿔야 한다. 이것이 관련 기업에게는 비용이겠지만, 재화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다른 기업에게는 수입이 된다. 2004년에 리디노미네이션 논의가 있었는데, 당시 제지, 잉크, 컴퓨터, 자동판매기 교체 등으로 2조 6000억원 비용도 들지만 5조원 정도의 부가가치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했었다. 그때보다 우리 경제 규모가 2배 정도 확대된 만큼 지금 리디노미네이션을 단행하면 그 효과도 클 것이다.

 

넷째, 지하경제 양성화에 따른 세수 증대 효과도 기대해볼 수 있다. 우리나라 지하경제 규모는 추정방법에 따라 GDP의 8~25%로 크게 다르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2015년 기준으로 우리 지하경제가 GDP의 8%일 것으로 보수적으로 추정했는데, 그렇더라도 그 규모가 125조원에 이른다. 리디노미네이션의 경우 숨어있던 돈이 밖으로 나오면서 세금도 내야하고 소비지출로 이어질 수 있다. 그 과정에서 돈이 돌게 된다. 2018년 말 기준으로 5만원 발행잔액이 95조원으로 화폐발행액 중 84%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5년 동안 5만원 권의 평균 환수율이 49% 정도로 낮다. 우리 통화승수(=M2/본원통화)가 2019년 2월 현재 15배로, 2008년 26배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 통화승수가 이처럼 급락한 것은 가계의 현금통화 보유비율이 크게 늘어난 데 기인한 것으로 추정된다. 화폐단위가 변경되면 단기일 수도 있지만, 일단 돈이 돌게 된다.

 

마지막 가장 중요한 이유는 한국 경제가 디플레이션으로 갈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는 데 있다. 올해 들어 4월까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5%에 그쳐, 한국은행이 통화정책 목표로 내세운 2%를 훨씬 밑돌고 있다. 실제 물가 상승률이 목표치를 하회한 것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2013~2015년 소비자물가 상승률 목표를 2.5~3.5% 설정했으나, 실제 물가 상승률은 평균 1.1%였다. 2016년 이후로는 물가안정목표를 2%로 두고 통화정책을 운용하고 있으나, 역시 지난 3년간 물가 상승률은 평균 1.5%로 목표치 아래였다. 최근 현대경제연구원은 ‘준(準) 디플레이션 현상의 원인과 시사점’이라는 보고서에 한국 경제가 디플레이션에 근접한 상태에 빠졌다고 진단했다. 

 

 

벤 버냉키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은 ‘행동하는 용기’라는 저서에서 “인플레이션이 아주 낮은 것은 아주 높은 것만큼이나 경제에 해로울 수 있다. 낮은 인플레이션 혹은 디플레이션에 빠져나오기는 매우 힘들어서, 단기금리를 제로 수준까지 낮추더라도 완전고용 수준에 이르기에는 역부족일 수 있다.”고 했다. 적극적 재정 및 통화정책뿐만 리디노미네이션 같은 제도적 요인도 디플레이션을 예방하는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1990년대 초반부터 시작된 디플레이션으로 일본이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으로 성장했던 나라에서 가장 더디게 발전하는 국가로 변했는데, 우리 경제가 비슷한 길을 뒤따르고 있다. 행동이 필요한 시기이다.

 

 

 

* 원문 

찬성 의견 : [서울경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경제위상 걸맞게 환율표시단위 변경해야 (2019. 5. 9.)

반대 의견 : [서울경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국가경제 흔들고 불필요한 사회갈등 우려 (2019. 5.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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